‘우물가에 핀 동백꽃’
두레박 길어 올려 세수했나
곱게 단장하고
검푸른 잎새 사이로 얼굴 내밀었네
벌 나비도 떠났건만
매서운 칼바람
찬 서리도 아랑곳하지 않고
수십 년 사연을 그리도 토해내야 했니
우물가에서 헛된 것만 찾는
뭇 사내 눈길 피해
동박새 오기만 기다리는
지고지순한 사랑
바다 향해 애타게 부르다
붉은 핏덩이 뚝 떨구는
폐경을 느끼지 못한
꽃 피워내는 동백이여
피고 져도 한결같은 아름다운 자태
동백아
웃꽃섬 아낙이 너였으면 좋겠다
◆시작 노트
섬의 겨울은 더 을씨년스럽다.
차디찬 바닷바람에 동백은 젖 멍울 터트리기 시작했다.
환경 호르몬으로 폐경이 일찍 찾아오는 젊은 여성, 나 또한 50 초반에 일찍 찾아왔다. 고목이 된 동백 폐경 없이 꽃 피워 내는 걸 보며 부럽기까지 하다.
아름답게 익어가는 삶이 되고 싶다
◆안성숙 시인약력
1963년 충남 천안 출생, 웃꽃섬 거주
2018년 대한 문학세계 신인 문학상 등단
시사모 동인
한국 디카 시인 모임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