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모] 이인철 시인 ‘다포도(형제섬)를 바라보며’

  • 입력 2020.09.22 15:27
  • 기자명 /한송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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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포도(형제섬)를 바라보며’


일몰로 가는 해는 금빛의 불상이었다

천수관음의 손길이 빚어낸 노을빛의 바다는 
적막과 고요가 깃든 고색창연한 절간같았고
대웅전에 경배하는 불심 깊은 보살처럼
바다의 마루에 다포도가 엎드려 있었다

태고적 다포도는 천장산이 낳은 분신일 터였다
올망졸망한 형제섬이 어미의 품을 더듬으며 
평온한 얼굴로 젖가슴을 핥고 있었고
그윽한 어미의 눈길에는 자애로움이 그득했다

외가가 있었던 여차마을의 고갯마루에 들어서면
나의 고사리 손을 붙들고 좁고 가파른 고갯길을 넘어
친정으로 가던 어머니가 불현듯 다가왔고
한 나절을 몽돌해변에서 혼자 뒹굴던 해풍이
외손주를 기다리던 할미처럼 쏜살같이 나를 품었다

몽돌밭을 딩굴며 소금기를 말리던 그 바람에게는
어머니의 살 냄새가 났다
잡히지도 않을 옛날에 눈시울이 뜨거워지면서
나는 아이가 되어가고 있었다

 

 ◆시작노트
 드물게 찾은 고향길,외가인 여차로 가는 초입에 있는 형제섬이라고도 불리는이 섬을 바라보며 나는 코흘리개시절 어머니의 손을 붙들고 차도 없는 오십여리를 걸어서 저물녘이 되어서야 외가에 닿았던 반세기도 한참 지난 옛일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멀어진 거리나 세월만큼 그리움도 깊어갔던 것일까.
 살기 바쁘다 것을 빌미삼아 미루기만했던 나의 불효를 어머니는 그리움으로 나무라셨는지도 모르겠다.

 ◆이인철 시인 약력
 경남 거제 출생, 현, 제주시에 거주
 시사모 동인 (특별회원)
 2020 제3회 고성디카시공모전 입상
 시사모동인지 ‘푸르게 공중을 흔들어 보였네’ 공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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