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신 못차리는 산청군의회, 민이식위천(民以食爲天)의 의미를 새겨야

  • 입력 2020.05.18 15:30
  • 기자명 /노종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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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종욱 기자
▲ 노종욱 기자

 사기(史記) 역생 육가열전에는 한(漢)나라의 역이기라는 모사(謀士)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진(秦)나라가 멸망한 후, 한왕(漢王) 유방(劉邦)과 초패왕(楚覇王) 항우(項羽)는 천하를 다투고 있었다. 항우는 우세한 병력으로 유방을 공격했다. 이에 유방은 성고의 동쪽 지역을 항우에게 내주고자 했다. 이때 유방의 모사였던 역이기는 식량 창고인 오창(敖倉)이 있는 그 지역을 지킬 것을 주장하며 다음과 말했다.

 “‘저는 천(天)이 천(天)이라는 것을 잘 아는 자는 왕업을 이룰 수 있으나, 천을 천으로 알지 못하는 자는 왕업을 이룰 수 없다. 왕자(王者)는 백성을 천(天)으로 알고 백성은 먹을 것을 천(天)으로 안다(王者以民人爲天, 而民人以食爲天)’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유방은 역이기의 말에 따라, 곧 전략을 바꿨다. 

 민이식위천(民以食爲天)이라는 말은 한서(漢書) 역이기전에도 실려 있는데 이는‘백성들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먹고 사는 것’임을 뜻한다. 임금 된 자는 백성을 하늘 섬기듯 섬겨야 하고 백성들의 하늘은 임금이 아니라 곧 식량임을 알아야 한다.

 18일 산청군의회 임시회 2차 본회의에서 동의보감설치를 위한 공유 재산관리 계획(안)에 대한 군 의원들의 표결이 이뤄졌다. 이날 다수의 군 의원들은 케이블카 설치에 대해 찬성표를 던졌다. 예산도 확보되지 않는 케이블카 설치에 대해 특별한 대안도 해결방법도 없이 “집행부에서 예산을 확보한다 카더라~”라는 말만으로 통과를 시켰다.

 군 의원은 지역의 주민들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서 주민의 대변인 역할을 하라는 의미로 대표권을 위임하는 자리이기도 한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집행부의 거수기 노릇만 하고 있다. 수백억 원이 드는 예산을…. 주민들 대다수가 무용론을 얘기하는 그런 일들을 민의를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집행부의 ‘카더라~’라는 말만으로 정신 나간 짓을 하고 있다.

 백성들은 먹고 사는 것이 가장 중요시 여긴다.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가 ‘팬데믹’에 빠져서 경제는 요동치고 국가는 긴급재난기금으로 이 위기를 극복하려 하는데, 산청군은 주민들의 먹고 사는 것보다는 수백억의 예산을 엉뚱하게 사용하고, 산청군의회는 부화뇌동(附和雷同)하고 있다.

 산청군이나 산청군의회나 주민들에게 “뭐가 중한지?”를 모르고 있다.

 이에 대해 침묵하는 주민들도 문제가 없는 것도 아니지만 주민들에게 설명회 등 정확하게 정보를 알려 주지 않는 산청군도 문제가 있지만 그것을 알고도 주민의 입장대변 보다는 집행부의 거수기 노릇을 하고 있는 산청군의회가 더 한심하다.

 주민들의 투표로 선출되는 자치단체장이나 기초의원들은 철저하게 주민들을 위한 행정과 대변인 노릇을 해야 한다.

 그것이야 말로 주민들에게 최소한의 보은(報恩)인 것이다. 당선되면 군림하려는 모습들은 미래가 없는 것이다. 주민들을 어려워하지 않고 타협해 이해관계를 앞세우면 분명히 참담한 심판을 받을 것이다.

 물론 사람들마다 생각은 다 다를 것이다. 하지만 공공(公共)을 담보하지 않는 것은 새로운 사회의 새로운 질서에 역행(逆行) 하는 것이다. 옛 어른들은 ‘마른 논에 물들어 것과 자식들 입에 음식이 들어가는 것’을 가장 아름답고 흐뭇한 모습이라 얘기들 한다. 지금 산청군의 재정은 메마르고 있고 자식들은 굶주려 있지만 보살펴야 되는 산청군과 산청군의원들은 ‘나 몰라라’하고 있다.

 어느 영화의 대사가 생각난다. “지금 대체 뭐가 중한디~”깊이 새겨야 할 대목이다. 수백억을 쏟아 붓고 그 계획들이 틀어진다면 처음 입안했던 사람들은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을 곳이다. 그 피해는 오로시 주민들의 몫일 ….

 지금 산청을 살아가기엔 주민들은 너무 힘이 든다고 얘기하고 있다. 우리가 가진 최고의 능력인 ‘희망’이 있기에 그나마 버틸 수 있었는데 이제 그 실낱같은 희망마저도 사그라진다고 푸념하고 있다. 주민들도 침묵하거나 회피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반응하고 대응해야 한다. 아름다운 세상은 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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