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42년 6개월, 합포문화동인회가 걸어온 지역 문화예술의 길

정부·관 지원 없이 회원들로 500회 이어와
우리얼 지키려 노력한 이은상 선생의 뜻 계승
정신문화·생활윤리 형성하고 정립에 노력

  • 입력 2019.09.29 18:53
  • 수정 2019.09.29 20:20
  • 기자명 /이오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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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7일 창원 리베라컨벤션 7층 그랜드 볼륨 루벤스 홀에서 열린 ‘합포문화강좌’ 500회 기념식 및 ‘제3회 합포 조민규 봉사상’ 시상식에 참가한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지난 27일 창원 리베라컨벤션 7층 그랜드 볼륨 루벤스 홀에서 열린 ‘합포문화강좌’ 500회 기념식 및 ‘제3회 합포 조민규 봉사상’ 시상식에 참가한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지난 27일 오후 6시, ‘합포문화강좌’ 500회 기념식 및 ‘제3회 합포 조민규 봉사상’ 시상식이 창원 리베라컨벤션 7층 그랜드 볼륨 루벤스 홀에서 거행됐다.

 이날 행사에는 합포문화동인회 조민규 고문, 강재현 이사장, 이주영 국회부의장, 김경수 경남도지사, 한철수 창원상공회의소 회장, 최충경 경남스틸 회장, 최석우 경남스틸 대표이사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거행됐다.

 이날 지역에서 인문학 강좌로 명성과 전통을 이어온 ‘합포문화동인회’가 500회 강좌를 맞았으며, 지역 향토기업인 경남스틸㈜이 합포문화강좌 500회 기념해 1억 원을 기부했다.

 경남스틸㈜는 앞서 합포문화동인회 창립 30주년, 40주년과 400회 강좌에도 1억 원씩 기부금을 전달해 총 누계 4억 원을 합포문화동인회에 기부했다.

 전통있고 전국적인 강좌를 이끌어온 조민규 고문과 강재현 이사장은 새로운 제2도약기로 합포문화동인회를 이끌어 오고 있다. 회원중심 강좌에서 시민 초대 공개강좌로 변화하며 지역문화 창달과 시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부와 관의 지원 없이 순수 회원들에 의해 500회라는 놀라운 강연성과를 이룬 합포문화동인회는 가히 전국적인 문화유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주영 의원은 “이런 훌륭한 강좌가 1000회, 100년 이상 이끌어 가도록 우리 모두 힘을 모으자”고 말했다.

 ‘합포문화동인회’는 70여 명 운영위원들이 십시일반의 정성을 모아 운영하고 있으며, 많은 지역민들이 성원하고 있다. 이날 창원 리베라 컨벤션센터에서는 500회 기념식과 함께 문화강좌 5집 출판기념회가 열리기도 했다.

 특히, 경남스틸㈜이 기금을 출연해 제정된 ‘합포조민규봉사상’ 제3회 대표 수상자는 사단법인 금강자비회 명예이사장 이재남 여사가 수상했다.

 한편, 이에 앞서 지난 26일 오후 7시 15분, ‘합포문화동인회’는 경남은행 마산 본점 대강당에서 이태수 서울대학교 철학과 명예교수를 초청해 ‘정의로운 사람, 정의로운 나라’를 주제로 500회 특별강좌를 열었다.

 이 교수는 정의의 의미를 올바르게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아리스토텔레스와 플라톤이 말한 정의의 의미를 되새겨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일반적으로 플라톤의 정치철학을 ‘국가’란 단어로 표현하지만 실제 그의 철학의 포인트는 ‘정의’에 있다고 본다.

 “정의는 우리가 따로 그 의미를 교육받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옳고 나쁜 것을 구분하고 나쁜 것을 공정하지 못하다고 말한다. 일례로 학교 내에서 체벌을 받을 때 육체적 고통 외에 부당함에 기분이 상하는 일이 종종 벌어진다. 그 이유의 핵심은 공정 혹은 형평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정의에는 교정적 정의, 시정적 정의, 배분적 정의가 있다”고 하면서, 그 중에서 공정의 기준은 배분적 정의의 경우 문제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공평이란 개념을 교육받지 못한 동일조건의 세 사람이 파이를 나눠먹는 상황에 빗대었다. 세 사람이 빠르게 공평하게 파이를 나눠먹는 방법 중 이상적인 것은 공평의 개념을 가르친 후 나눠먹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많은 시일을 소요하므로 이 교수는 고르는 순서를 정한 후, 마지막에 고르는 사람이 파이를 자르는 방법을 선택하면 공정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해 참석자들로부터 공감의 박수를 받았다.

 ‘합포문화강좌’는 지난 1977년 노산 이은상 시인의 첫 강좌를 시작으로 42년 6개월을 매달 이어온 지역 문화단체다.

 강좌를 빼먹은 달은 강사를 태운 비행기가 결항된 3번 정도가 전부다. 심지어 계엄령 때에는 집회허가를 받아 안기부 요원, 경찰 정보관들이 지켜보는 분위기에서도 강좌를 열기도 했다.

 정부·지자체 도움없이 매달 강좌를 이어온 것은 드문 사례로 그동안 유명 문인과 교수, 예술인 등 다수가 연사로 참여했다.

 과거 어려운 시대를 마감하기 위해 우리나라는 공업화라는 기치 아래 마산, 창원지방에 공단을 조성해 국가경제를 일으키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그러나 그 반대현상으로 나타날 수 있는 도덕적 타락과 전퉁문화 파괴를 우려해 노산 이은상 선생은 뜻을 함께 할 몇몇 사람을 모았다. 이은상 선생은 ‘우리말을 깨끗이 사용하고 우리글을 가꾸며 우리 얼을 지키자’는 표어와 함께 “물 좋고, 공기 좋고, 인심 좋은 우리 고장 문화예술을 숭상하자”고 강조했다. 

 또 이은상 선생은 “문화강좌를 통해 회원 결속을 다져 살기 좋은 우리 고장을 더욱 발전시켜 나가자”는 뜻을 갖고 1977년부터 ‘합포문화강좌’를 시작했다.

 그 세월이 42년 6개월이다. ‘합포문화강좌’는 매월 민족문화강좌, 노산가곡의밤, 인간생명의 존엄성에 관한 세미나와 1988년 부터는 야간학교를 운영하면서 나름대로는 지역사회 문화창달과 발전에 합포문화동인회가 기여해 왔다. 

 이에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게 됐고 더욱 더 조직적이고 내실있게 운영해 지역사회 발전에 더욱 노력하면서 ‘합포문화동인회’를 사단법인으로 발족했다.

 ‘합포문화동인회’는 지역에 계시는 모든 사람들에게 애향의 중요성을 일깨움과 동시에 생활의 질을 높여나가는데 함께 노력해 왔다.

 ‘향을 쌌던 헝겊은 향내를 풍기고 고기를 쌌던 종이는 비린내를 풍긴다’는 것이 만고의 진리이듯 우리 인간성의 냄새에서 향기가 나고 인간적인 사회와, 고항 땅을 사랑하고 사람을 사랑하고 함께 살아가는 따뜻한 사희, 건강하고 건전한 사회를 만들어 가는데 크게 이바지했다.

 지난 30여 년동안 노력한 것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오늘의 사회와 앞으로 살아갈 미래사회의 급속한 변화에 상응하는 정신문화와 생활윤리를 형성하고 정립해 생활의 질을 높여가는 것이 ‘합포문화동인회’의 절실한 과제라고 자문했다.

 당시 조민규 고문은 “이 일을 합리적이고 효과적으로 추진키 위해 회원확충과 재정확충을 해나갈 계획”이라며 “우리는 더 나아가 우리사회에서 가장 바람직한 사회교육기관으로 발전하고 그 역할을 다하고자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합포문화동인회의 수장, 강재현 이사장 인터뷰

 

“42년 동안 매달 강좌를 열 수 있는 원동력은 ‘청중’에게 있어”

△합포문화동인회를 소개한다면.
 1977년 노산 이은상의 권유로 결성한 것이 모태가 됐다. 우리말과 글을 가꿔 얼을 지키자는 표어와 함께 우리 고장을 더욱 발전시켜 나가자는 취지에 동감한 이들 20여 명이 모여 모임이 꾸려졌다.
 합포문화동인회 전신인 민족문화협회 마산지부라는 이름으로 조민규 지부장을 선임해 제1회 강좌를 열었다. 이후 1983년 합포문화동인회로 이름을 바꿨고 1996년엔 33명의 발기인으로 사단법인 창립총회를 마련했다. 매달 이어오고 있다는 점이 가장 내세울 만하다. 
 ‘합포문화동인회’는 합포문화강좌, 영리더스강좌, 여성을 위한 강좌, 교육포럼, 세미나 등 강연 프로그램과 노산가곡의 밤, 합포조민규봉사상, 야간학교 운영 등 문화활동을 운영하고 있다.
 그중 500회를 맞은 합포문화강좌가 가장 대표적이다. 1977년 3월 17일 이은상 선생의 ‘충무공의 구국정신’의 제1회 강연이 열린 지 42년 6개월 동안 지속되고 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예술, 국제정세 등 다양한 주제를 지역민에게 편견없이 전달하려 애쓰고 있다.

 △‘변호사’ 강재현이 제3대 합포문화동인회의 수장이 됐다. 어떻게 인연이 됐는지.
 학교 다닐 때 아버지를 따라 강좌를 들은 게 첫 만남이었지만 본격적인 인연은 1993년 서울에서 내려와 마산에서 변호사 업무를 시작한 이후다. 그때 한길적십자봉사단체에 가입했는데, 조민규 당시 사무처장을 만나 합포문화동인회 활동에 동참하게 됐다. 좋은 모임이 지속되려면 개인의 힘으로는 역부족이라는 생각에 사단법인 발기인으로 참여하게 됐다.
 바쁘다는 핑계로 강좌를 반쯤 참석하지 못했는데, 고문을 맡고 있는 조민규 전 이사장이 언짢아하는 게 아니라 참석해 줘 고맙다고 인사하시더라. 꾸준히 이끌어가는 선배들의 희생에 부채의식이 생겼다. 결정적으로 조 고문의 ‘기다림의 미학’에 반해 다른 일을 제쳐놓고 매달 강좌를 듣게 됐다.

 △350만 경남도민들에게 하고싶은 말은
 42년 동안 매달 강좌를 열 수 있었던 원동력은 ‘청중’이라고 생각한다. 2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한 시민들이 들을 수 있다. 아버지와 나, 그리고 딸 3대가 함께 강연을 찾아 이야깃거리가 되기도 했다.
 강연은 강사와 청중이 함께 지은 공저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배우겠다는 의지가 없으면 모임이 유지가 안 됐을 것이다. 다만 유능한 강사들이 뿌리고 간 씨앗이 제대로 뿌리내렸는가에 대한 고민은 항상 하고 있다. 회원들이 밥상에 숟가락까지 올려드릴테니 들을 준비를 하고 편하게 찾아주셨으면 좋겠다.
 강 이사장은 1960년 출생으로 마산고등학교,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1984년 제26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경남지방변호사회 회장과 부산고등법원 조정위원, 경상대 법과대학 겸임교수 등을 지냈으며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추천한 대법관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마창진참여자치시민연대 운영위원, 경남이주민센터 이사장도 역임했다. 지난해 3월부터 합포문화동인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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