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방화·흉기난동…“이것은 차라리 저주다”

범인 현장서 체포…경남경찰청, 신상 공개 검토
사망자 5명 중 일가족 2명 희생…가정 풍비박산

  • 입력 2019.04.17 18:48
  • 수정 2019.04.17 18:49
  • 기자명 /이민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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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주 아파트 방화 현장 17일 오전 4시 32분께 진주의 한 아파트에서 방화 및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용의자 안모(42)씨의 4층 아파트에 화재 흔적이 남아 있다.(사진=경남소방본부 제공)
▲ 진주 아파트 방화 현장 17일 오전 4시 32분께 진주의 한 아파트에서 방화 및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용의자 안모(42)씨의 4층 아파트에 화재 흔적이 남아 있다.(사진=경남소방본부 제공)

 17일 오전 40대 남성이 아파트에 불을 지르고 대피하는 주민들에게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둘러 일가족 4명 가운데 2명이 숨지고 1명이 부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하자 진주지역민 들은 “이것은 차라리 저주”라며 할말을 잊었다.


 참변을 당한 일가족은 김모(65·여)씨 가족, 김씨는 손녀 금모(12)양과 함께 범인 안모(42)씨가 휘두르는 흉기에 찔려 숨졌다. 다행히 김씨 남편은 현장에 있었지만 화를 면했다.


 숨진 금양 어머니 차모(41)씨는 안씨가 휘두런 흉기에 찔려 중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김씨는 손녀인 금양의 아래층인 3층에 살고 있어 어떤 과정으로 변을 당했는지 알 수 없지만, 흉기에 찔려 숨진 채 1층 입구 쪽에서 발견됐다.


 금양과 함께 사는 언니(15)는 마침 수영 훈련을 위해 다른 지역에서 합숙하고 있어 화를 피했다.  


 또 안타까운 사연은 강모(54·여)씨는 이날 함께 살고있는 조카 최모(19·여)양이 범인 안모씨가 휘두런 흉기에 찔려 숨지고 자신은 경상을 입었다.


 강씨는 용의자 흉기에 목과 등, 얼굴이 수차례 찔려 현재 위독한 상태다. 사고 당시 아파트 주차장에서 발견됐다.


 강씨 딸 최모(30)씨는 “오전에 어머니 의식이 돌아왔지만 상태가 위독하다”고 말했다. 강씨는 조카인 최모(18)양과 함께 가좌주공아파트 5층에 살고있다.


 범인은 이날 오전 4시35분께 진주시 가좌동 가좌3차 주공아파트 4층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르고, 대피하는 주민들에게 무차별로 흉기를 휘둘렀다. 불은 20여분 만에 꺼졌지만 5명이 숨지고 13명이 다쳤다. 안씨는 범행 직후 현행범으로 체포돼 경찰에 조사를 받고있다.  


 이날 방화 살인사건으로 진주시 충무공동 한일병원 장례식장에는 숨진 5명 고인 중 4명의 빈소가 급히 차려졌다.


이에 진주시 관계자는 “17일 새벽에 가슴 아픈 사건이 우리 지역에서 발생했다. 피해를 당한 당사자와 가족들을 생각하면 너무나 마음이 아프다. 고인의 명복을 빌고 피해자 가족들에게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시 관계자는 이어 “이번 사고를 사회적 재난에 준하는 상황으로 간주하고 다양한 대응 방안을 마련해 사태 수습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금일 오전 7시 30분 시장 주재로 긴급 상황 파악회의를 개최했으며, 가호동행정복지센터를 방문해 동장으로부터 상황보고를 받고 가좌주공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와 함께 현장 상황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곧이어 “9시, 간부 대책회의를 통해 부시장을 단장으로 하는 시 단위 ‘피해자 긴급지원 대책본부’를 구성하고 상황총괄반ㆍ의료지원반·장례지원반 등 7개 반을 운영하기로 했다. 11시 30분에는 대책반 회의를 통해 분야별 지원 대책을 집중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또 “시는 우선적으로 위기가정에 대한 의료비, 생계비, 주거비 등 긴급 복지지원과 심리치료 등을 추진하겠다”며 “ 앞으로 추가적인 지원 사항에 대해서는 경남도, LH와 함께 논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사건과 관련해 자유한국당 진주갑 박대출·김재경 의원은 “방화·흉기난동 사건으로 희생된 피해자에 깊은 애도를 표하고, 피해자 지원책 마련에 모두가 함께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고현장과 병원을 오가며 상황을 살핀 박대출 의원은 “일어나서는 안 될 끔찍한 사고가 진주에서 발생했다”며 “참담한 심정으로 희생자와 유가족 분들에게 애도를 표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시청, 시의회 의원들과도 만나 사고로 황망한 피해를 입은 분들을 적극 보살피도록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진주시 차원에서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할 수 있도록 적극 논의할 것”이라며 철저한 후속조치를 약속했다. 


 그리고 “경남도와 정부에서도 이번 사건을 엄중히 여겨 피해자 지원 방안을 함께 고민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진주시을 김재경 의원도 “금일 발생한 진주 아파트 방화 및 살인사건에 대해, 유가족께 진심어린 위로와 애도를 전하며 더 이상 약자의 죽음이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적 개선방안을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묻지마 범죄 원인은 정신병력에 기인하거나 사회부적응, 은둔형 외톨이 등 사회관계가 단절되는 병폐 현상에서 비롯되는 만큼 이제는 국가 차원의 제도개선을 논의해야 할 때”라며 “사회적 안전망에서 벗어난 사람들을 치유하고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을 위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취합하고 검토된 의견을 담은 입법적 대안을 신속히 도출해 내겠다”고 밝혔다.

 

▲ 17일 오전 진주시 가좌동 한 아파트에서 방화 및 묻지마 살인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진주경찰서 이희석 서장이 사건과 관련한 언론브리핑을 하고 있다.
▲ 17일 오전 진주시 가좌동 한 아파트에서 방화 및 묻지마 살인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진주경찰서 이희석 서장이 사건과 관련한 언론브리핑을 하고 있다.


 경남지방경찰청은 현존건조물방화·살인 혐의를 받는 안씨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17일 밝혔다. 


 경찰은 이를 위해 경찰관과 외부위원 등 7명으로 꾸려진 신상공개심사위원회를 조만간 개최하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 강씨는 과거 조현병 병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조현병으로 치료받은 적이 있다는 주변인 진술을 확보하고 병원 진료기록을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조현병은 망상, 환청, 와해된 언어, 정서적 둔감 등의 증상을 보이는 질환으로, 주로 10대 후반에서 20대에 발병해 만성적으로 이어진다.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신경전달 물질 이상, 스트레스 등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최근 5년(2013~2017년)간의 건강보험 진료비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조현병’ 질환으로 진료를 받은 인원은 2012년 10만980명에서 2017년 10만7662명으로 약 7% 증가했다.


 성별로 조현병 진료인원을 보면 남성은 2012년 4만8751명에서 2017년 5만129명으로 1378명 증가했고, 여성은 2012년 5만2229명에서 2017년 5만7533명으로 5,304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관련기사 6면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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