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렛츠런파크’ 말 관리사 죽음은 개인 馬가 원인

마사회·노조, 처우 개선 등 말 관리사 근로조건 개선 합의
경마산업은 마사회→마주→조교사→관리사 다단계 구조

  • 입력 2017.08.16 20:00
  • 기자명 /장익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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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렛츠런파크 부산경남경마공원 출발선에 선 경주마들
▲ 렛츠런파크 부산경남경마공원 출발선에 선 경주마들

 지난 5월 27일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에서 일하던 말 관리사 자살 사건과 관련해 불거졌던 말 관리사 처우 문제가 원만히 해결됐다.

 한국마사회(회장 이양호)는 16일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와 말 관리사 처우 개선 등을 위한 우선 조치 사항을 두고 극적으로 타결했다고 밝혔다.

 이날 한국마사회에 따르면 해당 사고 발생 이후 마사회는 사용자 측인 조교사와 함께 즉각 협상단을 구성했다. 

 이후 말 관리사 노조 상급단체인 공공운수노조와 말 관리사 근로 조건 개선 등에 관해 총 17차례 협상하며 재발 방지를 위한 합리적인 개선 대책 마련에 부심해 왔다.

 그 결과 지난 14일 제16차 협상에서 공공운수노조의 요구 조건들에 대해 양측이 합의문을 도출하고, 이날 최종 서명했다.

 이로써 양측은 말 관리사 고용 안정, 합리적인 급여 체계 마련, 노조 활동 보장 등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 냈다.

 한국마사회는 “이번 협상 타결이 고인의 유가족과 관계자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한국마사회는 여러 경주마 관계자와의 상생과 동반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해 말 산업 발전을 선도하는 책임 있는 공기업으로서 거듭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한국마사회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일하던 마필관리사 두 명이 올해 잇따라(5월 27일, 8월 1일) 자살한 이유는 우리 문화에 맞지 않는 개인마 주제가 부른 비극이었다고 전 마사회 관계자는 증언했다.  

 마필관리사는 경마산업의 최하층 계급이다. 현재 국내 경마산업은 마사회→마주→조교사→관리사로 이어지는 다단계 구조다. 국내 경마산업은 한국마사회가 마주의 말이 경기에 뛸 수 있는 조건을 만든다. 마주는 자신의 말을 개인사업자인 조교사에게 맡기고 조교사는 직원인 관리사를 고용해 마주의 말을 육성한다. 

 수익은 경주에 뛴 말이 성과를 올리면 받을 수 있는 출전수당과 상금이다. 당연히 좋은 성과를 많이 올린 조교사들이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시스템이다.

 성적이 좋지 못하면 급여는 물론 고용도 불안해 질 수 밖에 없다. 이 시스템에서 한국마사회는 조교사들의 고용에 대해 개입할 수 없는 위치에 있다. 개인사업자들의 영리 활동을 침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부산에서 이뤄지고 있는 한국마사회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의 협상이 무의미한 이유다.  

 문제의 시작은 한국마사회가 도입한 ‘개인마주제’ 때문이다. 개인마주제는 한국마사회의 경마탈레반(원리주의자, 경마 사대주의에 몰입된 일부)들이 부르짖는 ‘글로벌 스탠더드’다.

 미국을 비롯한 영국, 프랑스, 일본 등 모든 ‘경마선진국’에서 표준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고용 구조라는 게 이들의 논리다. 이들의 목표는 파트1 진입과 두바이월드컵 우승 등이다. 200년 역사를 가지고 있는 경마는 원래 영국 귀족들이 말의 능력을 시험하기 위해서 만든 마주클럽에서 출발했다. 당연히 여왕을 비롯한 귀족들에게 유리한 구조로 발전했다. 2016년 한국마사회가 경마 상금으로 지출한 비용은 2000억 원이 넘는다.  

 최근들어 일부 경마관계자들을 중심으로 개인마주제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귀족 위주로 발생한 서구경마와 필요에 의해 국가주도로 성장한 한국경마를 단순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실정에 맞지 않는다는 얘기다. 또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관리사의 고용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최선책이라는 점을 들고 있다. 게다가 단일 마주제가 되면 국가 세수면에서도 유리하다.  

 실제로 한국경마는 과거 한국마사회가 마주 역할을 하는 ‘단일마주제’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한국마사회는 1971년(덕마흥업 시절 포함)부터 단일마주제를 시행했다. 이러한 마사회 단일마주제는 1993년 7월까지 이어지는데 이 기간 동안 기수, 조교사, 마필관리사 등 모든 경마 관계자들은 마사회 직원신분으로 고용불안 없이 근무할 수 있었다. 문제없이 잘 흘러가던 한국경마가 개인마주제로 돌아선 것은 당시에도 목소리가 높았던 경마탈레반들의 선진경마 시스템 요구에서 기인했다. 

 경마전문가 K씨는 “마사회가 개인마주제를 선진 경마시스템이라고 말하는 것은 모순이다. 마사회 입장에서 단일마주제는 무척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제도였다”며 “경주의 편성도 자유롭고 상금에 대한 부담도 없어 최소한의 비용으로 질 높은 경주를 팬들에게 서비스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전 마사회 관계자 B씨는 “우리가 개인마주제로 바꿨을 때 당시 일본 경마시행체 직원들은 우리를 이상하게 봤다. 단일마주제를 왜 버렸는지를 꼬치꼬치 캐물었다. 경마 관계자 입장에서는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며 “우리 실정에는 단일마주제가 더 좋을 수 있다는 얘기다. 나는 단일마주제가 국민을 도울 수 있는 경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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